-
조증의 재발의 위험성은 증상이 완화된 처음 4~6개월 사이가 가장 높습니다. 기분장애 치료에서 가장 큰 실수는 오랫동안 성공적인 치료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조증의 급성 치료의 목표는 증후를 없애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급성 치료는 환자가 질병 이전의 상태 즉 근본적으로 증상이 없어지고 이전의 기능 수준이 되는 것입니다. 급성치료 단계는 보통 6~12주 정도 지속됩니다. 환자가 증상이 없어진다면 완화된 것으로 봅니다.
급성치료 후 환자는 계속치료 단계로 들어갑니다. 이 단계는 대개 4~9개월간 지속됩니다.
급성치료와 계속치료 단계를 거치며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이어서 환자는 유지치료 단계로 접어드는 데, 이 단계의 목표는 재발과 질병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예방하는 것입니다. 유지단계에서 환자는 무기한으로 약물치료를 받게 됩니다.
2년 이내에 두 번째 조증이 재발할 확률은 약 40~50% 정도입니다. 45% 정도가 평생 1번 이상 재발 경험을 하고, 40%는 재발을 여러 번 하면서 만성질환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이는 매우 높은 수치의 재발률이라고 하겠습니다.
조증의 높은 재발률은 다음 두 가지 가설로 설명이 됩니다. 먼저, 사회 환경적인 스트레스가 지속될수록, 병이 자주 재발될수록 스트레스와 재발사건이 유전자의 발현과정에서 일종의 '흔적'을 남기게 되고 반복되면 신경세포의 작용이 병을 재발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킵니다. (Robert M. Post)
또 하나는 점화(kindling) 가설인데, 이는 마치 간질 환자들에게서 경련이 쉽게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역치가 낮아지게 되면, 어떤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 자극의 한계치가 낮아지게 되어 작은 자극에도 쉽게 사건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뇌에서 조증 발작과 같은 사건이 낮아진 경련 역치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조증환자에게 항경련제와 항전간제 등이 처방되는 것과 맥락이 통하는 얘깁니다.
조증의 근본적인 특징은 뚜렷한 정신 신체적 활성기간이 있다는 겁니다. 들뜬 기분은 과다행동, 너무 많은 활동을 하는 것, 결과의 예상에 대한 판단력의 결여, 말하는 것의 장애, 생각의 비약, 산만성, 과장된 자아와 자기 존중, 성욕 항진증과 같은 증상들이 하나 또는 그 이상을 동반하면서 증가 또는 과민해진다는 겁니다. 또한 그 기분은 과대망상적이기 때문에 생각한 계획이 좌절되었을 때에는 불안정하게 됩니다. 조증 환자는 우울증 환자와 비교해서 극단적으로 자신에 대해 확신을 하며, 영양결핍, 성적인 욕망이 증가됩니다.
조증이 심해지면 크고 빠른 혼란스러운 단어들에 의해 형식적, 논리적으로 말이 나열되며, 생각의 비약과 연합능력의 결여를 촉진합니다.
조증은 감정, 신체, 인지, 행동의 크게 네 가지 형태의 표현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감정은 의기양양 해지고 다행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사치를 부리고 익살스러움을 뽐냅니다. 과장된 자존감을 표현하며 비판을 참지 못하면서도 자신은 비판가가 됩니다. 수치나 죄의식이 결여되어 평소보다 과감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신체적으로 탈수가 나타납니다. 부적절한 영양상태가 보이며 수면욕구가 없어져 잠을 안 자게 됩니다. 체중은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입원 환자의 경우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인지 감각은 야망이 보이며, 현실적 위험을 부정하기도 합니다. 주의는 산만하고 사고는 비약을 거듭합니다. 환자는 과대망상을 호소하기도 하고, 착각에 빠져 있기도 합니다. 판단력은 결여되고 사고연상의 이완이 나타납니다. 환자의 행동은 특히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공격성, 과도한 소비, 과장된 행동, 과다활동, 신체활동 증가, 무책임한 행동, 논쟁, 개인위생 불량, 과도한 성활동, 사회적 활동의 과다함, 수다스러움 등이 나타나게 됩니다.
조증은 특히 스테로이드, 암페타민 그리고 삼환계 항우울제 같은 약물에 의해 이차적으로 올 수 있으며 감염, 종양, 그리고 대사장애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습니다. 조증은 인플루엔자, 성 루이스 뇌염, 제3기 매독으로 오는 진행성 마비 등 감염에 의해서도 올 수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같은 내분비장애에 의해서 올 수도 있고, 전신 홍반성 루푸스나 류마티스성 무도병에 의해서도 올 수 있습니다. 다발성 경화증, 간뇌와 제3심방 종양과 같은 신경학적 문제에 의해서도 올 수 있습니다. 조증이 약물장애, 구조장애, 대사장애로 올 수 있다는 사실은 조증이 우울처럼 복잡한 원인을 가진 임상 증후군임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조증과 경조증 에피소드는 우울상태보다는 더 드물게 나타납니다. 조증이 우울과 행동은 다르지만 그 역학과 대처기전은 연관되어 있어 우울의 반영 영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사람은 무가치와 절망감을 부정하려 하기 때문에 조증 행동은 우울에 대한 방어적 행동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에서 작가가 전달하려는 여타 다른 메시지를 제외하고서, 주인공 소녀의 모습을 보면 사춘기 이전의 소녀들에게서 희귀하게 나타날 수 있는 '류마티스성 무도병'을 생각나게 합니다. 남성에게도 희귀하게 나타나는 '헌팅턴 무도병'이 있기도 하지만, '빨간 구두' 소녀의 모습(아이유의 뮤직비디오 '분홍신'에서도 소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만)처럼, 대부분 조증환자의 질환은 그만큼 멈추어지지 않고 스스로 조절하기 힘들며, 타인의 시각에서는 잘못된 편견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조증 상태는 환자의 기분이 좋아 보일 수 있으나, 춤을 멈출 수 없어 피 흘리는 고통 속에 몸부림쳤던 빨간 구두 소녀처럼 내면의 고통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큰 상태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