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성 장애

  해리성 장애는 해리성 동일성 장애, 해리성 건망, 이인감이 포함됩니다. 해리성 동일성 장애는 이중인격 또는 다중 인격이라고도 하며, 해리성 건망은 개인적으로는 기억상실이지만, 지식은 그대로 남은 상태를 말합니다. 이인감은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감각을 갖습니다. 

 

  해리성 동일성 장애의 경우 이중인격 또는 다중인격이라고 한다고 했는데, 그 유명한 영국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이러한 내용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나이 들고 늙은 지킬박사는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젊고 싱싱한 하이드라는 흉악한 인물로 변신하는 약물을 발명하게 됩니다. 하이드는 한밤중 어두운 골목에서 행인을 폭행하는 등 악랄한 일을 저지르고 다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인품 좋은 지킬박사의 또 다른 모습인지 알아채지 못합니다. 결국엔 굳이 약물 없이도 지킬박사의 몸을 하이드가 지배하게 되고 지킬박사는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파멸(자살)하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이중인격의 대표적인 작품이지만 할리우드 영화 '23 아이덴티티'는 다중인격을 충격적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23명의 다른 인격을 지닌 모습으로 나옵니다. 한 사람의 인물 속에 23개의 다른 인격이 존재하는 듯한 행동이 보이는 이 상태는 해리성 장애 중에서도 가장 중증이고 만성화되기 쉬우며 사춘기 후기나 성인기 초기에 많고 특히 여성에게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임상에서는 남성도 많이 입원하는 편입니다. 

  또 불안장애, 우울증, 양극성 기분장애, 신체화 장애, 섭식 장애 등의 질환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어서 경계성 인격장애와의 차이가 문제시되기도 합니다. 

  이 장애는 거의 모든 사례에서 유아기의 성적 학대, 신체적 학대 등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포함)를 보입니다. 

 

  이렇듯 여러 개의 인격이 관찰되고, 지킬박사처럼 하이드가 되면 지킬을 잊는 것처럼 한쪽이 다른 쪽 인격의 행동을 잊고 있는 경우 해리성 동일성 장애로 진단이 됩니다. 이 경우 지킬과 하이드처럼 인격의 전환은 급속하며 극적이고 각각의 인격은 일관된 인격 특징, 대인 관계, 행동 패턴 등을 보이고, 각각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23아니덴티티'에서 처럼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통찰 지향적 정신요법'입니다. 종종 최면요법이나 약물 요법이 병행되는데, 이 치료를 통해 부 인격을 하나씩 없애고 인격을 하나로 하는 것이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해리성 건망 환자의 경우는, 건망 이외의 면에서는 일상적으로 행동을 합니다. 여기에서 떠올릴 수 없었던 기억은 대부분 스트레스나 트라우마와 결부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례에서 분노나 슬픔, 두려움과 같은 불쾌한 감정과 결부된 체험을 기억에서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잃은 기억을 치료를 통해 회복하려면 심리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되돌아온 기억을 환자가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정신 요법이 필요합니다. 우울증, 불안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 항우울, 항불안제 등이 정신 요법과 함께 사용됩니다. 

  

  20대의 한 남성이 대학 졸업 후 직업 없이 집에서 생활하다가 어머니와 크게 다투게 되었는데, 어느 날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낡은 옷을 입고 지친 모습으로 경찰에 의해 발견됩니다. 실종 신고 6일째 만이었습니다. 남성은 그동안의 일은 물론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길로 그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20대 초반의 또 다른 여성은 콜센터 직원이었습니다. 일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밝고 명랑한 성격이었던 그녀는 회사생활을 잘 해내고 있었습니다. 부모님 특히 그녀의 어머니는 매우 엄격한 성격으로 그녀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고졸 이후 직장생활을 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마감일이 몹시 힘들었던 어느 날, 그녀는 집 근처 노래방 주변에서 주민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알몸으로 배회하다 발견되었습니다. 여성은 자신이 왜 동네에서 벗고 돌아다녔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고 충격을 받은 엄마는 그녀를 병원에 입원시킨 후 퇴원시킬 마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30대의 남성이 승진한 후부터 종종 무단으로 회사에 결근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가족들은 아침에 출근하는 모습만 기억을 했고, 근처 문방구 주인이 오락기계 앞에 멍청이 앉아 있곤 하는 그의 모습을 기억해 알게 되었습니다. 남성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도 기억해내지 못했습니다.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이 일은 늦게 발견되었습니다. 승진한 다음부터 일의 양이나 스트레스가 매우 많아진 상황이었습니다.

 

  위 세 가지 경우를 살펴봤을 때, 이들에게 심인성 둔주(기억상실과 동반되어 일어나는 장애)가 일어났다고 생각됩니다. 즉 해리 상태에서 자택이나 직장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해리성 동일성 장애처럼 인격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또한 기억의 결손에 대해서도 불안해하지 않는 편입니다.

  치료는 해리성 건망과 같이 외상적 체험의 기억을 서서히 회복시켜 본래의 인격과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인감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자신의 사고, 감각, 몸, 행동 등 유체이탈을 한 느낌을 받습니다. 자신이 주변 세계로부터 이탈한 것 같은 '현실감 소실'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과 주변 세계에 벽이 있는 것처럼 간격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인감은 소아기에 감정적 학대나 무시 등의 트라우마가 있는 환자가 상당하게 존재합니다. 격렬한 스트레스, 우울감, 공황발작, 불법 약물 사용으로도 이인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